산상

윤동주

거리가 바둑판처럼 보이고
강물이 배암의 새끼처럼 기는
산 위에까지 왔다.
아직쯤은 사람들이
바둑돌처럼 버려 있으리라.

한나절의 태양이
함석지붕에만 비치고
굼벙이 걸음을 하든 기차가

정차장에 섰다가 검은 내를 토하고
또 걸음발을 탄다.

텐트 같은 하늘이 무너져
이 거리를 덮을까 궁금하면서
좀더 높은 데로 올라가고 싶다.



# 베껴쓰기(筆寫)에서 생각을 쓰기(筆思)까지

Posted by iGrin™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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